'한량의상념'에 해당되는 글 14건

  1. 2014.06.16 복이에게
  2. 2014.05.11 삼성이 망하면 한국이 망한다?
  3. 2013.11.22 앞으로 어찌 될 것인가. (4)
  4. 2011.11.02 어떻게 소비하면서 살 것인가 (8)
  5. 2011.10.11 조모 영면 (10)
  6. 2010.03.11 극락왕생하소서. (4)
  7. 2010.01.28 언니야들에 대한 단상. (6)
  8. 2010.01.06 새삼 느끼는 다짐. (6)
  9. 2009.12.09 기축사화(己丑士禍) (14)
  10. 2009.11.17 쿨한 딸이 되지 못하는 이유. (12)

복이에게

한량의상념 2014.06.16 23:55
복이는 요즘 하루라도 밖에 나가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아한다.
덕분에 외할머니는 하루 두세번씩 복이를 데리고 놀이터를 나가신다.
선거일 이후, 현충일부터 나름 휴일이 길었던지라 복이는 엄마랑 떨어지기를 싫어했다.
그리고 금요일 밤에 엄마가 오지않아 스트레스받았던 복이는
엄마랑 놀고 마트도 가고 뒹굴뒹굴하면서 더 정들었는지
오늘 아침에는 처음으로 엄마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울었다.

누군가가 나만 생각하고 나를 온전히 다 마음을 다해 사랑해주는데,
나는 그에 형편없이 미치지 못하는 사랑을 주는 것 같아 미안하다.
지난 일년 이개월 남짓 태어나서 내내 우리는 함께 뒹굴거렸는데
이제와서 아기에게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며 적응하라는 것은
엄마의 이기심일 것이다.
잘 놀지만 막상 엄마를 보면 너무너무 좋아 어쩔 줄 모르는
복이를 보면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맘 한켠이 찌릿하다.

내가 두 살 때를 기억하지 못하듯이,
복이도 자라면서 이날의 소중한 기억들을 잃어버릴 것이다.
비오는 날, 아파트 복도를 뛰어다니며 외할머니랑 놀았던 기억을,
아무도 없는 놀이터에서 혼자 신이나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어른들처럼 화단에 제법 걸터앉던 기억을,
사진찍는 외할머니더러 스마트폰을 내놓으라며
세상 다 끝난듯이 떼부리며 울었던 기억을.

그러나 어린 시절을 나중에 생각했을 때,
엄마의 부재로 쓸쓸했던 기억 대신 따뜻하고 포근하고
엄마랑 무언가 재미나게 놀았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았으면 싶다.
그래서 볼 때마다 뽀뽀하고 껴안고 쓰다듬고 간지럽히며
나름 붙어있는 동안은 스킨쉽을 하며 항상 예쁘고 사랑한다고,
착하고 귀여운 아기라고 말한다.

사랑한다 우리 아가야.. ^^

'한량의상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복이에게  (0) 2014.06.16
삼성이 망하면 한국이 망한다?  (0) 2014.05.11
앞으로 어찌 될 것인가.  (4) 2013.11.22
어떻게 소비하면서 살 것인가  (8) 2011.11.02
조모 영면  (10) 2011.10.11
극락왕생하소서.  (4) 2010.03.11
Posted by 언제나한량
Aㅏ......
그 많은 돈으로도 어쩔 수 없는 것이 건강이라더니,
백세시대라는 요즘 세상에 70대 초반의 노인 생명은 돈으로 돈으로 지금까지 연장되어왔다.
심근경색에 호흡도 삽관 삽입해서 할 정도면 정말 얼마 안남은 느낌이다.

삼성 SDS 상장을 가속화시킬 것 같다.
어쨌건 살아 생전 후계 구도 마무리를 지을 생각일테니까.
삼성이 망하면 나라 망한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절대 그렇지 않다.
난 진짜 이런 걱정하면서 삼성이 나빠도 망하면 안된다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26세에 80년대 초반, 무려 현찰로 6억을 받은 소녀가장을 엄마 아빠 없어서 불쌍하다고 하는 사람들과 오버랩되어 마음이 굉장히 불편해진다.

삼성이 어떤 놈들인데?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장남은 이런말 하긴 뭣하지만 생긴것부터 "나 잘하는거 하나 없어요."가 씌어있다.
요즘 언론에 장녀의 리더쉽? 뭐 그런게 부각되는데 장남이 너무 못해서 부각되는거지 개인적으로 장녀가 진짜 잘하는건 모르겠다.
M&A를 했든지 뭔가 신규사업을 성공시킨건 모르겠고, 왜 난 한복사건과 삐까번쩍 리모델링 끝낸 호텔 물 샌 시건만 생각나지?
사실 택시기사 현관문 배상 사건은 미담일 뿐 경영능력과는 거리가 먼 것도 사실이다.

아무튼 일면식도 없는 내가 봐도 이러할진대, 애비 눈에 자식들이 눈에 찰 리가 만무하지.
그러나 자식들에게 공고한 왕국을 물려주려면 끊임없이 돈을 창출할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
반도체? DRAM 의 물량떼기인 셈이고, 정말 정밀한 분야는 대만이 잡고있다.
휴대폰? 신기종 나올 때마다 구기종은 얹어주고 업글도 배제하는 덤핑 브랜드 이미지인데?
가전? 국내에서 엘지에게도 브랜드 이미지 발리는거 국내 소비자들도 아는 사람들은 다 알어.
호텔? 에버랜드? 제일모직? 세계로 뻗어나갈 브랜드들은 아님.
국내 내수도 피빨아먹는 한계가 있음. ㅇㅇ

자, 이래서 나온게 의료 민영화다.
오천만 국민이 존재하는 이상 확실하게 고혈을 짜먹을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평균 수명까지 길어지는 이 때 의료비 비중은 높아질테고,
대한민국 노예들의 피는 내가 다 빨아먹을테다 하는 태도로 성장동력을 삼아 추진중이고,
박근혜 정부는 열심히 밀어주고 있다.

이런데도 삼성이 망하면 큰일나?
몇몇 노동자들이 죽어나가는 일은 내 일 아니라고 관심끄고 사는 것에 대해서 속답답하지만 뭐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삼성이 망하면 우리나라 망한다고?
온갖 법인세며 전기세까지 각종 혜택이라는 혜택은 다 받아처먹으면서
불산 누출 하나도 대충 넘어가는 거대 공룡기업이 망하면 과연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이 올까?

난 개인적으로 삼성 망하면 지금처럼 정치경제문화 전반에 포진되어있는 삼성장학생이 사라지니 그것만 해도 큰 수확일 것 같다. ㅎㅎ
이건희 회장의 중병은 안타까운 일이지만(너 정말 그렇게 생각해?),
홍라희 여사가 원불교 독실한 신자고 뭐 그렇다면 죽기 전에 시름시름 아프다 죽은 수많은 노동자들에 대해서 속죄를 하고 삼도천을 건넜으면 싶다.
법정스님 병원비 내는 것도 물론 보시지만,
가장 큰 보시는 나로 인해 고통을 받는 사람들을 없애는게 아닐까 싶거든.

'한량의상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복이에게  (0) 2014.06.16
삼성이 망하면 한국이 망한다?  (0) 2014.05.11
앞으로 어찌 될 것인가.  (4) 2013.11.22
어떻게 소비하면서 살 것인가  (8) 2011.11.02
조모 영면  (10) 2011.10.11
극락왕생하소서.  (4) 2010.03.11
Posted by 언제나한량
전 정권에서 싸질러놓은 똥들의 위력이 이제 메가톤급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가계부채가 980조가 넘었다. 이제 1000조 시대다.
말이 1000조지 도대체 우리나라 국민이 얼마나 많은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인지 상상조차 안간다.

요즘 미래를 생각하면 정말 상상이 안간다.
IMF 때도 이렇게 깜깜하진 않았던 것 같다.
그땐 어렵다 어렵다 해도 이렇게 줄줄이 자살하진 않았다. 구조적으로 희망이 없는 사회.
위로 올라가는 사다리가 사라진 사회.
도약을 하면 유리천장에 부딪혀 다치는 사회.

복이가 크는 모습을 보면 경이롭다.
내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스스로 뒤집고,
되집고 배밀이를 하다 기고, 이제는 잡고 서면서 옆으로 한 걸음 조심스레 떼기도 한다.
엄마 껌딱지가 되어 업어주면 행복함에 꼭 잡고 막 얼굴을 부비고, 껴안고 뽀뽀하면 삼분지 일에서 반 정도 나온 앞니를 보이면서 웃기도 한다.

아이의 성장을 보면서, 이 아이에게 한국은 기회의 땅일까 프로메테우스의 형벌같은 나라일까 생각을 하게 되고, 늘 후자의 짙은 기운에 난 우울해진다.
나중에 복이에게 어떻게 우리나라를 설명할까.
특히나 이 지옥같은 현대사를 뭐라고 말해야 할까.

가계부채는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도 각종 찌라시들은 금리도 낮고 집값도 떨어진 지금이 내집 마련 절호의 기회라며 빚내어 집사기를 강요한다.
집주인들은 대출금을 갚을 여력이 되지 않으니 전세금을 하늘끝까지 올리면서 세입자에게 억울하면 이 집 사든가를 강요하고.
여유있는 집주인들은 은행 이자 받아먹는 재미가 없으니 월세로 전환하면서 이래저래 세입자들은 점점 더 주거의 질이 하락하게 된다.
오른 전세금을 감당하기 어려우면 점점 더 외곽으로 나가야하고, 중앙 본진으로 진출은 구조적으로 어려워진다.

십년 전만 해도 월급을 잘 모아 펀드든 부동산이든 비과세를 잘 이용하든 종자돈을 불려나갈 기회가 있었는데, 서민들이 돈불리는 재미로 붓던 펀드는 직격탄을 맞았고, 비과세는 점점 없어져가고 있으며(대표적인게 장기주택마련저축이다. 소득공제도 없어지고 상품 자체도 없으니 실질적으로 직장인이 가입할 비과세는 없어진 셈이다), 지금 은행 이자는 물가 상승률보다 못하니 은행 예적금은 돈을 불리기보다는 가지고 있으면 제가 쓰는 돈이니 잘 지켜주세요 정도.

왜 이렇게 됐을까. 부자는 날로 부가 커져가고,
서민들은 부자가 되기보다는 까먹지 않고 남들 사는만큼만 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젊은이들은 200-300벌면서 학자금 대출 갚고, 죽어라 모아도 집 살 돈 마련을 언제하나 싶으니 차부터 사게 된다.
그마저도 안되는 사람은 결혼도 생각없고 오직 나 하나만 먹고 산다는 생각으로 그 좋은 청춘시절 연애도 사랑도 없이 팍팍하게 은둔형 외톨이처럼 살아가고, 부모가 족쇄가 되지 않는 것만 해도 큰 복이라는 얘기가 나오게 된다.
평균수명은 징그럽게 길어져서 웬만큼 아파도 숨이 끊어지지 않는다.
의학의 발달은 식물인간 상태로 몇 년씩 연명하게 만들고, 병자 하나 잘못 생기면 젊은 자식들의 집안은 파탄이 나게 된다.

왜 이렇게 됐을까.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었을때, 3부였던가 서문을 읽으면서 가슴아팠던 대목이 있었다.
미래가 없는 아비는 배가 부르지 않고 이만 썩는 사탕을 딸에게 사준다.
쌀 한되 사서 밥 해먹을 생각을 하지 않고 우동 한그릇 사먹으면서 입을 닦고 만다.
형편이 어려워 술집에 팔려간 딸은 일본인들에게 각종 성병이 옮아 여자로서의 수명을 다하게 되면 바다에 뛰어든다.
당시 식민지 아래에서 희망이 없는 민초들은 알뜰하게 모아서 집칸을 늘리고 내 땅 한마지기 살 생각 대신에 사탕을 사먹고 우동을 사먹었다.
지금 대한민국의 모습과 가히 다르지 않다.
아니 식민지 시절보다 더 병들어 시들어가는 나라꼴이다.
공식적으로 자주국가고 식민 치하도 아닌데 이게 뭐란 말인가.

열심히 저축을 하고 미래를 대비하기보다는 그날 그날 소비하는 성향이 커졌고, 소비의 욕구가 날로 커지면서 집은 전세 살아도 차는 두 대 몰아야하고, 명품백은 품위유지로 사야하고, 보이는 것을 중시하다보니 지금처럼 외모 지상주의가 심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온 나라가 성형과 피부관리에 미쳐돌아가는것 같다.
뭘 해도 예쁘기만 하면 된다는 일념하에 똑같은 클론이 하루에도 수십 수백명 양산되고 있고, 이를 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도 예뻐보이기 위해 성형이 아닌 "시술"을 고민하면서 필러다 보톡스다 각종 방식으로 얼굴을 매만진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경제 문외한인 나도 지금 걱정이, 가계부채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데 미국의 양적완화로 인해 금리가 오르면 이제부터는 폭탄 돌리기가 될 것 같다는거다.
지금같은 저금리에서도 빚을 못갚고 절절매는 사람들이 금리가 오르면 이를 견딜 맷집이 없으니 나가떨어질것 같다.
결국 하우스푸어들과 세입자들만 죽어나겠지.
부지런히 대출을 갚고, 실탄을 장전해서 혹독한 한파에 대비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한량의상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복이에게  (0) 2014.06.16
삼성이 망하면 한국이 망한다?  (0) 2014.05.11
앞으로 어찌 될 것인가.  (4) 2013.11.22
어떻게 소비하면서 살 것인가  (8) 2011.11.02
조모 영면  (10) 2011.10.11
극락왕생하소서.  (4) 2010.03.11
Posted by 언제나한량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미덕이기도 하고, 죄악이기도 하고.
요즘 들어 얄팍한 자산이지만, 하긴 얄팍한 자산이기에 미래를 대비해
재무 포트폴리오를 생각하는지라 내 현 상황을 생각해보기도 하고, 뭐 그렇다.


월급은 그대로인데(아, 입사 이후 정말 처음으로 오르긴 했음.
젊은이들의 퇴사에 회사가 에지간히 쫄긴 쫄은 모양 ㅉㅉ),
물가가 오르는 것은 천정부지. 살인적이다 뭐 이런 생각이 들기보다는,
가장 기본적인 먹는 것만으로도 이래서 어쩌지? 싶다.

나야 뭐 친정에서 쌀이며 김치며 반찬까지 -_- 해주시고,
시댁에서도 반찬거리 잘 챙겨주셔서 기본 식비에 지출되는 돈이 별로 없지만,
그래도 식비는 놀랠 노자다. 천국 코스트코 월 1회로 제한해서 가고 있다.
가서 필요한 먹거리만 사도 10만원이 늘 넘는지라...
카트 좀 차면 20이 우스워서 한달에 2-3번은 못갈것 같다.

1000미리 우유를 동네 슈퍼에서 2,400원 주고 사면서(2리터가 아니다!!)
아 정말 이제는 어찌 살아야하나 싶다.
언제부터인가 5만원으로 장보면 기본 생필품 겨우 사고 끝난다.
예전엔 먹거리도 어느 정도 샀던 것 같은데...

암튼, 가카가 주신 고환율 덕에 천정부지로 오른 내수물가 졸라 고마움.
월급쟁이도 거지체험 시뮬레이션 하게 해주시니 내 아는 온갖 욕 다 해도 모자랄
졸라 소중한 가카지만 입이 더러워지니 하지 않겠음. ㅇㅇ


아무튼 결혼하고, 소비의 패턴이 미혼때와 같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화장품 좋아하고 지름 좋아하는 본질이 어디 가겠냐만은 -_-
다른 필요한 재화들이 생겨나면서 그쪽에 집중하게 되는 현실이 있다.

가장 큰 족쇄인 주택 관련 대출금 갚아야 할 것이 수천만원 있고,
원리금이 나가면서 매달 수십만원이 빠져나간다. 이걸 줄이는게 일차적 목표지 뭐.
연금이니 보험이니 청약이니 고정비용을 계산하고 정말 깜짝 놀람.
매달 둘이 합쳐서 100만원 이상이 필수적으로 나가는 것이다.
(연금 공과금 교통비 등 다 합산함)

대한민국에서 미래 쪼끔 생각하고 아주 빈곤하게 살지 않기 위해서 나가는 돈이 이렇구나.

여기다 월평균 나눠지는 생필품까지 더하면 더 증가할 듯.
세제니 화장지니 가족이 많지 않아 소비량이 많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양들이 있다.

난 여자에 렌즈를 착용하니 렌즈크리너와 생리대가 포함되겠지.

문득 생각이 드는게, 무엇을 위해서 돈을 벌고, 무엇을 위해서 돈을 쓰는거지? 라는 생각.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나, 한정된 재화 때문에 어떻게 쪼개어 돈을 쓸 것인가가 생겨나는 것이고,
재화중에서는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실제로는 필요치 않는 경우가 많다.

방금 서재의 책상위를 보면서 새삼 느낀 것이다.
새 연필, 새 문구류 등은 모아서 복지관에 다 가져다줬는데도
각종 사은품으로 받은 볼펜과 쓰던 연필들,
심지어는 쓰지도 않는 색연필과 오래된 펜들이
수북히 꽃혀있는 것을 보니
아, 얼마나 많이 소비하고 사는 것인가 싶네.

심지어는 연습장까지 많네. 이 풍족하다못해 넘쳐나는 물질을 보면서
정리한다고 했는데도 이 모양인가.. 싶다.
원래 공부 안하는 애들이 시험날 닥치면 책상정리 노트정리 방정리하는 이치다. ㅠㅠ

그러면서 내가 가진것을 조금 더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문방사우를 보면 아직도 설레고, 가지고 싶은 건 늘 한가득이지만,
이미 넘쳐나는 지구의 쓰레기 속에서 숨쉬고 살면서 지구에 기생하는 한 인간으로써
(지구 입장에서는 바이러스보다 더 쓸모없는게 인간일 듯),
재화의 소비에 기여하기보다는 조금이라도 줄여보고 싶다.

....난 그래서 사실 비닐봉지랑 물티슈를 퐉퐉 잘 못쓴다.
화장할때도 스킨 묻혀 얼굴 닦은 화장솜으로 손닦는다.
찌질한거 알지만, 물티슈는 정말 마구 못쓰겠음. ㅠ 쓰면 뭔가 가책(?)이 든다.

내가 있는 업종이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환경 오염의 양면성이 존재하는지라
내가 돈버는 것이 한편으로는 빚인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연필을 사용하고, 뭔가 참 안쓰는 편인데도 책상을 보면 일회용 볼펜
(리필 사용 못하는 증정용 볼펜들), 테이프, 책갈피, 생수병....


세상이 편리해질수록 필요하고, 가지고 싶은건 점점 많아진다.
예전엔 다리미 하나로 끝났지만 요즘엔 스팀다리미를 추가하고,
냉장고 하나만도 소중했다가 김치냉장고가 필수로 되고,
당장 부엌만 봐도 이것저것 필요해서 사게 된다면 전자렌지는 필수라쳐도
음식물쓰레기 처리기, 토스트기, 전기그릴, 믹서, 핸드블렌더, 녹즙기,
요구르트 발효기, 제빵기 등등 필요한 아이템은 급속도로 증가하게 된다. 
심지어 계란 찜기까지 나오는 세상이니 뭐. 비난의 의미는 아니다.
편하게 살고 싶다는 욕망과 물질에 대한 욕심이 더해지면서 
재물이 많을수록 더더욱 재물에 목말라하는게 이런 게 아닐까 싶다.

나야 뭐 자본가가 아니니 비딱한 노동자의 입장에서보면,
갈수록 노동력 착취가 심해지면서 소득은 증가할지 몰라도
사람이 진이 빠져서 편해지고 싶은 욕망에 휩싸이게 되고,
이게 바로 무한 소비로 이어지는 것이라 생각.
옛날처럼 풀먹이고 다듬이질하기엔 너무 세상은 바쁘게 돌아가고,
드라이클리닝 비용과 좀 더 편하기 위해서 스팀다리미가 필요한 이런 이치겠지.
아침에 후라이팬 옆에 서서 빵을 살짝 노릇하게 구울 시간이 없고
계란을 삶을 시간과 체력이 소진되는 것이니 토스트기와 계란 찜기를 사는 것이고.

장황하
게 써놨는데, 결론은 좀 더 줄이고, 대출금 갚자는 의미.
노동자를 각종 빚으로 옭아매는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빚지지 않은 진정한 자연인이 되고 싶습니다 ㄳ
언제쯤 대출금 다 갚았다고 깨춤출날이 올까?
그래봤자 또 전세금 오르고 하면 마련을 위해서 빚져야하고, 아아 정말!
가장 큰 문제는 공부하기 싫어서 책상앞에서 이러고 있는 나 자신..!!! ㅠㅠ

'한량의상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성이 망하면 한국이 망한다?  (0) 2014.05.11
앞으로 어찌 될 것인가.  (4) 2013.11.22
어떻게 소비하면서 살 것인가  (8) 2011.11.02
조모 영면  (10) 2011.10.11
극락왕생하소서.  (4) 2010.03.11
언니야들에 대한 단상.  (6) 2010.01.28
Posted by 언제나한량

조모 영면

한량의상념 2011.10.11 00:40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뭐 지난 2년간은 운신하지 못하셨고, 침대 신세를 지면서
최근 몇 개월은
그 사랑하는 아들도 알아보지 못하셨으니
시기는 짐작치 못했지만 예정된 죽음이긴 했다.

연세도 아흔줄 들어서시는 고령인데다가
아들딸들이 다 속썩이는 자식들도 없으니 다들 호상이라 했다.


토요일 밤에 돌아가셔서 월요일날 발인을 해서
일요일 하루 시끌벅적 손님을 맞을 수 있었던 것도 복이고,

춥지도 덥지도 않은 청명한 맑은 가을볕에 꽃상여가 나간것도 복이라 했다.
상복을 입고 쨍쨍한 가을볕을 맞으며(산에서는 더웠지만)
할머니야 그런거 말해줘도 모르고 관심도 더더욱 없어서 모르셨겠지만,
뭐 큰아들이 모든 금전적인 문제와 방문 등 묵묵히 십자가를 지고 있었기 때문에
형제들끼리 큰소리내고 싸운 적 없었으니 그것도 복이라면 복이겠고,
태어나길 은수저 물고 태어나시어 꽃가마를 타고 시집오시진 않은 것 같은데
꽃상여를 타고 돌아가시니 이만하면 이것도 복이라 할 수 있겠고.
내가 태어나서 지금껏 봐온 할머니 모습 중 가장 깔끔하고 예쁘게 화장까지 하고
이제껏 봐온 옷들보다 훨씬 화사하고 예쁜 색동옷을 입고 입관하셨으니 그것도 큰 복이 아닐까 싶다.
단정하고 아름답게 죽는건 사실 내 소원이다.

장례식장에서 옆의 집은 장관 기업체 사장 등 화환이 즐비하나 손님이 영 없어서
이게 무슨 일인가 궁금하기까지 했는데, 우리집은 문상객들이 끊임없이,
발디딜틈이 없이 와서 끊임없이 먹고 마시고 고스톱도 하고 간 것도 복이라 할 수 있다면 있겠고.
이렇게 많이 올줄은 다들 몰라서 분주하긴 했지만, 썰렁한 상청보다 훨씬 좋았다.

삼일장을 치르고, 할아버지 옆에 합장을 하고, 서울로 돌아왔다.
사람들은 그래도 장손녀 결혼하는건 보고 돌아가셨으니 복이다 하지만
정작 할머니 본인이 손녀가 결혼하는지, 어떤 손녀가 결혼하는지도 모르고 돌아가셨는걸 뭐.
손녀 결혼 전에 잘못되면 안된다고 간절히 기도하던 엄마 덕이 아닐까 싶다.

잠을 거의 못잤지만, 정신은 오히려 흐린 물 속에서 까맣게 떠오르듯 선명하다.
상청에서 왜 이렇게 안우느냐고 장례 주관하시는 분께서 뭐라하셨고,
어른들은 호상인데 왜 우느냐고 대꾸했다.
큰손녀인 나는 내 치마자락에 밟혀 맏손녀 절하고 일어나다

뒤로 벌렁 넘어지는 몸개그를 보여주며 상청의 사람들을 웃겨주기도 했다.

아예 안 운건 아니고 눈물 뚝뚝 흘리면서 절도 넙죽넙죽 했지만

할머니의 죽음이 슬프다기보다는 30년 넘는 오랜 세월 짊어진 아버지 어머니의 어깨에서
가장 무거운 돌이 내려지는게 기쁘면서도 한숨이 나고,
그러면서도 그 인고의 세월의 한 막이 내리는 순간이 아름다운 청춘과 젊은날이 훌쩍 지나
큰 딸이 느지막이 시집간 이후라는 사실이 슬퍼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잘생긴 청년과 예쁜 아가씨는 자식 낳아 기르고, 부모 봉양에 30년 훌쩍 넘는 시간이 흘러
이제 중년을 지나 노년을 맞이한다는 사실이 왜 이리 마음아프던지.


긴 세월 큰아들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외롭게 모든걸 짊어지셨던 아버지가
할머니의 염을 할 때 어머니의 어깨에 손을 얹고 소리내어 우시는 모습이
가슴미어지게 아파서 눈물을 줄줄 흘리며 흑흑 느껴 울었다면 내가 나쁜 손녀일까.
이번 가을, 아버지는 환갑을 맞이한 기념(?)으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출장 말고 열시간 넘는 비행해서 가고픈 나라 여행가려고 하셨다.
환갑잔치같은거 하시는 분도 아니고, 평생 가보고 싶어하시던 먼먼 나라 가보시라고 했다.
그 첫 터키여행도 할머니의 건강문제로 기약없이 취소되었고,
그런 상황에 대해서 내색하실 분도 아니라 괜히 내가 다 속상했었던 일도 뜬금없이 생각이 났다.

이제.. 퇴직까지 하시게 되면 자식들도 다 컸겠다
세계 가고픈 곳들, 하고픈 것들, 먹고프신 것들 마음껏 즐기셨으면.. 싶었었는데,
퇴직전에 못난 자식 결혼과 부모님 초상까지 치르고
무거운 어깨의 짐을 한결 덜게되었다는 친척들의 말이 마음아프게 다가오기도 했고.
상청에서 이런 생각에 눈물을 흘린 나는 참 못된 손녀다.

회사로 돌아오니, 몇몇 분들이 조의금 봉투를 건네주셨다.
난 평소 조모 조부상은 봉투하지 않는데...
왠지 죄송스러워서 안받겠다고 하는데 기어코 주셨다.
아버지께 드리려고 전화하니,
"그거 다 네가 나중에 줘야하는 돈인데 네가 가지고 있다가 써."
나이가 드실수록 이것저것 챙겨주고 싶어하시고, 은근히 전화하셔서
"회사에서 요즘도 퇴근이 늦어?" 하고 물어보시는 아버지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너무 무거웠던 장남의 무게를 이제야 덜게 되셨다.
일년에 여러번 있는 제사는 장손과 손주며느리에겐 아무것도 아닐테다.
이제는 좀.. 자유롭게 하고픈거 하시고, 노시고픈거 노시고, 가고픈데 가시면서
바람같이 구름같이 유유자적 사셨음 싶다.

'한량의상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앞으로 어찌 될 것인가.  (4) 2013.11.22
어떻게 소비하면서 살 것인가  (8) 2011.11.02
조모 영면  (10) 2011.10.11
극락왕생하소서.  (4) 2010.03.11
언니야들에 대한 단상.  (6) 2010.01.28
새삼 느끼는 다짐.  (6) 2010.01.06
Posted by 언제나한량
TAG 영면




종교에 대해서, 종교인에 대해서 편애나 그런건 없지만
십대때부터 너무 좋아하던 분.
책을 읽으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는데,
청정하고 곧은 영혼이 느껴져 너무 좋아했었던 그 분.
입적하셨다니까 왠지 눈물이 난다.

중고등학교때 텅 빈 충만, 무소유, 버리고 떠나기 등 산문집을 읽으면서
이 카랑하고 맑은 성정을 얼마나 마음 두근거리게 사모했는가.
난 심지어 버섯은 곰팡이 즉 균사체로 이루어지고
버섯 특유의 식감이 싫어서 버섯을 즐기지 아니하신다는 글까지 너무 좋았다.
깐깐한 면이 보통 아니셨을거 같지만, 그게 스님의 매력. *-.-*

40이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고 하고,
관상따위 모르는 내가 봐도 얼굴에 묻어나는데
스님의 이 카랑하니 청정한 모습도 너무 좋았다.
부패와 탐욕의 기름기와는 거리가 먼 모습은
불교 신도는 아니지만 일반인이 바라보는 종교인으로써 존경을 품게 만들었달까.
 
교과서에도 실렸던 소녀들에게 하시는 말씀 이런거 너무 좋았는데...
평생을 오디오 하나도 마음이 불편하여 소유하지 않으시던 분께서
말년에 대원각을 기증받아 길상사라는 도량을 창건하시었고,
성북동에 아담하게 아름다운 절이 생기게 되었다.

요즘 의료기술에 비추어보면 아직 많은 연세도 아니신데...
자꾸만 최근들어 어른들께서 돌아가시니 맘이 참 안좋다.
세상이 혼탁할수록 오래오래 사셔야죠.. 하는건 내 이기심인 것일까.
혼탁한 세상을 떠나서 열반에 드시었으니, 극락왕생하시길 바랍니다.
아놔 나 왜 주책맞게 사무실에서 눈물나나 몰라.

'한량의상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떻게 소비하면서 살 것인가  (8) 2011.11.02
조모 영면  (10) 2011.10.11
극락왕생하소서.  (4) 2010.03.11
언니야들에 대한 단상.  (6) 2010.01.28
새삼 느끼는 다짐.  (6) 2010.01.06
기축사화(己丑士禍)  (14) 2009.12.09
Posted by 언제나한량

난 여직원들에게 대한 좀 짠한 마음이 있다.
아 물론 나도 여직원이기 때문에.
그러나 내가 말하는 여직원은 비정규직 사무보조 언니들이다.
(이제는 거진 여동생이 많아지는게 세월의 흐름이지만...)

내가 태어나기도 전 수십년 동안은
단순노동의 저임금속에서 경제발전을 이룩해준 고마운 언니들이고,
사실 현재도 대부분의 여성들은 끝없는 비정규직과 저임금의
뫼비우스띠를 못벗어나고 오락가락하는게 현실이니까.

경제지에서 연봉 5천의 여성이 재테크를 어찌할지 상담할때
주택 자금을 쪼개고 성과급은 펀드를 넣고 소득공제 상품을 잔뜩 넣어서
결혼 혹은 주택 마련에 대비한다는 이야기는 소수의 여성들은 눈여겨 보겠지만,
대부분 여성들에게는 해당없어서 심드렁하게 와닿지도 않게 읽거나
심지어는 연예기사를 찾아서 넘어가는게 현실이다.

남성 구직자가 "연봉 3천을 원합니다." 라고 하면 "음. 미래 생각해서 필요하지."
여성 구직자가 "연봉 3천을 원해요."
"스펙이 진짜 ㅎㄷㄷ한가봐? 요즘 대기업 아니면 초봉이 글케되는 곳이 어딨어?"
게시판에 이런 글을 올리게 되면 "이 분 현실 모르시네.." 의 반응이 대부분이다.

사실 여직원들은 회사에서 중요하다.
회사에서도 은행 수금/전표처리나 하다못해 지는 귀찮은 일들까지 맡겨대는 통에
잡일이란 잡일은 다 하는게 여직원이니까.
우리부서 언니는 안그래도 일 많은 부서에서 하는 일이 정말 많다.
심지어 빡센 부서가면 서류작성에 여념이 없어서 정직원들
(이 단어 싫어하지만, 마땅히 대체할 단어가 생각이 안난다)보다
더 늦게 퇴근하는 일도 허다하다.


옆 팀 여직원은 지나가면서 눈인사하는 사이였다.
워크샵 갔을때 술 한 번 마신적은 있지만 개인적인 친분은 없었다.
퇴사한다는 얘기가 들렸을때 "응? 왜?" 하는 생각은 있었지만
새삼 물어볼 생각은 안드는 그런 사이.

한 번 계약직 여직원들과 술을 가볍게 한 잔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녀들은 나를 부러워했고, 공채로 입사한 난 불만을 말할 수 없었다.
불만이 없는건 절대 아니지만, 그 앞에서는 말할 수 없다.
그녀들은 "한달에 150만 받아도 우와. 소원이 없겠다."고 했으니까.
그보다 좀 더 받는 난 아무말도 할 수 없었으니까.

짜기로는 고등어 자반이요 자린고비의 대명사인 회사에서
작년에 분위기에 묻어서 지급안한 성과급을 올해는 지급안할수가 없게 되었다.
왜? 실적이 무지 좋았으니께.
여직원은 12월에 퇴사하려다가 1월로 퇴사시점을 미뤘다고 했다.
나도 당연히 내가 이 즈음에 퇴사한다면 그럴거다.
성과급 받아야하니까. 이건 엄연히 작년의 성과에 의해 지급되는거 아닌가.
그런데 성과급을 얼마 줘야하냐의 문제로 2월로 미뤄지게 되었다.
이것부터가 욕을 한바가지 잡숴야 할 일이지만 이 글에선 언급안하련다.
어쨌건 2월 첫주나 둘째주, 늦어도 설 전에 지급예정으로 된거지.

여기서 질문.
이 글을 보는 사람이 퇴사한다면 1월 31일에 나가서 지난 일년치를 버릴거냐
구정 전으로 퇴사시점을 2주만 연기해서 성과급을 받을거냐.
물론 성과급 후한 회사도 절대 아니라서
계약직인 그녀가 받을돈은 많다고 해야 200~300 정도일거 같지만
- 계약직 연봉 테이블 몰라서 나도 짐작할 따름이다 -
저 돈 어디 나가서 쉽게 벌 수 있는 돈은 아니니까.

인사팀에서는 절대 안된다고 1월 말일자로 퇴사일을 못박았다.
그녀는 당연히 몇 년 일한 회사에 대해서 분노를 품었고,
동조한 다른 여직원들도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을 해서 분위기는 싸해졌다.
나중에 얘기를 전해들었을때 그 돈 없다고 망할 회사 절대 아니고
하다못해 네 돈 내어주는 것도 아닌데. 이런 니미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렇게 떠나가는 사람이 회사에 대해서 무슨 기억을 가지고 있을까.
이런식으로 인건비 원가절감을 하는게 장기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을까.

현재 그녀는 모든 휴가를 다 써서 말일까지 출근하지 않고 있다.
비어있는 자리를 볼 때마다 난 씁쓸하면서 18 足같네 생각이 절로든다.
더 씁쓸한건 계약직 여직원 하나 관두는거라고 아무도 관심안가지는거.
여직원들과 몇 젊은 직원들만 알고있는 이야기.


이 足같은 회사엔 슬픈 전설이 있어... ㅅㅂㄻ

'한량의상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모 영면  (10) 2011.10.11
극락왕생하소서.  (4) 2010.03.11
언니야들에 대한 단상.  (6) 2010.01.28
새삼 느끼는 다짐.  (6) 2010.01.06
기축사화(己丑士禍)  (14) 2009.12.09
쿨한 딸이 되지 못하는 이유.  (12) 2009.11.17
Posted by 언제나한량

회사 서가에 웬 "인간 박정희"라는 2권짜리 만화책의 2권이 있었다.
사실 내가 진짜 보고 싶은건 1권의 유년에서 만주벌판에서 장준하 선생님같은
독립군 때려잡던 만주군 장교 시절 이야기였음.
남로당 사건 때 2인자로 붙들려갔다가 동지를 팔아치우고 본인은 풀려나고,
(아, 이래서 쥐의 인생 롤모델이라 할 수 있구나!)
쿠데타로 정권을 잡기까지의 이 쫀득한 배신과 기회주의적 역사가 1권에 있는데
1권이 서가에 없는게 아쉬웠다.
이 만화는 분명 윗분이 보신게 아니고, 나같은 사람이 보고 가져다놓은게 분명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만화 박정희 세트(전2권)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민족문제연구소 (시대의창, 2005년)
상세보기


내용은 사실 다 아는 내용이었지만, 만화다보니 가독성있게 술술 넘어가는게 특징.
인혁당 사건, 동백림 사건은 너무 가슴아픈 이야기이고
(이게 바로 내가 될 수도 있다는게 가장 큰 문제인데,
그냥 식자우환이라고 생각해 버리는건지, 난 안당할거라 생각하는건지
불과 30-40년전 이야기인데도 다들 시크하게 잊어버리는거 보면 신기하다),
불과 40년 전의 정인숙 사건 같은 것은
그 당시 얼마나 지도층이 쿨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하겠다.
(아이 아버지가 대통령이냐 국무총리냐 의견이 분분했던 것은,
그들이 쿨하게 서로 동서지간을 맺고 있었다는 것이겠지. ㅅㅂ 비위도 좋다.)

경향신문은 그 당시에도 멋진 신문이었고
**일보는 그 당시에도 썩어빠진 수구 꼴통 신문이었다.
오죽하면 박정희가 **일보 사장더러 밤의 대통령이라고까지 했을까.
새삼, 내가 현실에 지쳐있어도 지킬 건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오전에 마감 끝내고 경향신문에 전화걸어서 물어보고, 구독 신청함.
그리고 맨날 생각만 하고 가끔 지하철 가판대에서 한권씩 샀던 시사인도 정기구독함.
최근엔 운전하느라 지하철 가판대 자체를 접할 기회가 없고,
그러다보니 최근에는 구매를 더 띄엄띄엄하게 되었다. 아예 정기구독 해버려야지.
내가 할 수 있는건 이런 정도지만, 그래도 하는게 안하는것보다는 나으니깐.
지치고 힘들어도 잊지는 않는 것.

요 책 정보를 올리면서(이런 기능도 있고 완전 좋구먼! 세상 진짜 좋아졌음 ㅇㅇ)
민족문화연구소에서 전두환 세트도 출간했던데, 그것도 꼭 읽어보고 싶다.
글구 박정희 책 검색하면서 조갑제가 쓴 게 1번으로 떠서 기분 확 나빠짐.
이런 ㅅㅂㄻ ㅅㅂㄻ ㅅㅂㄻ ㅅㅂㄻ 빵꾸똥꾸야!!!

'한량의상념'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극락왕생하소서.  (4) 2010.03.11
언니야들에 대한 단상.  (6) 2010.01.28
새삼 느끼는 다짐.  (6) 2010.01.06
기축사화(己丑士禍)  (14) 2009.12.09
쿨한 딸이 되지 못하는 이유.  (12) 2009.11.17
윤리적이지 못한 인간의 윤리교과서 필기  (11) 2009.11.09
Posted by 언제나한량


때는 바야흐로 무자년이 지나고,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소의 해로 접어들 시점이었다.
그 전해인 쥐새끼의 해부터 인터넷상에서 그 정체는 묘연하지만,
장안에서 내노라하는 논객들의 거두로써 존경받을 예언을 많이하신
현자 미네르바의 예언이 족족 맞아떨어지면서,
미네르바는 사림들 사이에서 존경받는 존재로 떠올랐다.

대국의 사이에서 조선이 가야할 길을 정확히 예측해서 소름돋게 만든 그는
정감록보다 더한 파급효과를 가지고 지식인들 사이에서 떠오르게 되었다.
"아아, 미네르바 선생님. 다름 예언은... 어찌되겠사옵니까"
전국에서 학식있는 사림들이 미네르바를 추종하고,
그를 정부로 보내 썩은 관리들 사이에서 혁신을 이루어야한다는
가능성 낮은 희망사항까지 나오게 된다.

딴나라 훈구파들은 이를 눈엣가시로 여긴다.
그들은 사림의 거두인 미네르바를 없애기 위해 비밀리에 의금부를 풀어
샅샅이 인터넷을 추적하고 뒤지게 된다.

미네르바의 소재를 파악한 그들은 경악할만한 사실을 알게 된다.
그들의 모골을 송연하게 하는 냉철한 지적과 예측을 했었던 그가 명문대가 아닌,
일반 대학조차 졸업하지 않은 백수였다니...!!
경악과 함께 극심한 분노에 휩싸인 그들은,
의금부에서 형조로 사건을 이관하여(감히 양반님네들과 같이 수사할 수 없으니)
미네르바의 수사결과를 공표하면서
감히 고졸주제에 이따위 글을 올린다는 비난으로 감정적 대응을 해서 빈축을 산다.

죄명 또한 참으로 불분명한 "혹세무민" 이었으니,
당대의 지식인들이 개탄해도 조정은 사리분별력이 떨어지고,
간신배들만 활개를 치는 혼탁한 세상이니 통할 리 없었다.
몇 지식인들이 미네르바의 편을 들어서 상소를 올리고 탄원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는 포승줄에 묶인 채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된다.

결국 아무리 엮으려해도 엮이지 않는 죄목이니,
그는 결국 풀려나게 되지만 심적으로 매우 큰 타격을 입게 되었고,
현재는 집필을 중단한 채 칩거하며 조정에 맞서지 못하고 있다.
기축년의 이 사화는 인터넷상에서 평소 촌철살인격의 논평을 일삼던 사림의 존재를
눈엣가시처럼 여긴 훈구파의 권력을 앞세운 촌극이라고 아니 말할 수 없다.

이후 훈구파는 사림들이 떠드는 소리를 어찌 막을까 비싼밥 먹고 고민만하다가
인터넷실명제라는 전 세계에서 유래없는 독재 국가같은 제도를 도입하였고,
모든 포털들은 이마를 땅에 대고 엎드려 말씀을 받들면서 이를 따라야만 했다.
그러나 대국에 적을 둔 구글의 경우에 콧방귀를 뀌면서 받아들이지 않으니
구글에는 큰소리도 못치고 놔둘 수밖에 없는 무력하고 찌질한 모습을 보여주어
밖에서 큰소리도 못 치는 촌부가 불쌍하고 죄 없는 제 집 마누라만
두들겨패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할 수 있다.

 

--------------------------------------------


어제, 이건달을 만나서 한담을 나누다가
주제가 넘어가 네티즌들의 이 촌철살인격의 댓글과 논평에 대해 찬사를 보내게 되었다.
이건달이 "사림"이라고 했고, 미네르바 사건을 "사화"라고 해서 무릎을 치면서 공감하다.

역사는 승자의 입장에서 씌어지게 되고, 왜곡되는 측면이 분명 존재한다.
(사화는 결국 나중에 권력을 잡은 자들이 사림이었기 때문에 더 미화된 부분도 분명 있으리)
나중에.. 이 사건이 승자의 입장에서 씌어지는 역사가 되길 바라면서
내 맘대로 기축사화라 명명하고 짧게 써 보았다.

'한량의상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니야들에 대한 단상.  (6) 2010.01.28
새삼 느끼는 다짐.  (6) 2010.01.06
기축사화(己丑士禍)  (14) 2009.12.09
쿨한 딸이 되지 못하는 이유.  (12) 2009.11.17
윤리적이지 못한 인간의 윤리교과서 필기  (11) 2009.11.09
If 는 무의미한 것이지만.  (12) 2009.11.04
Posted by 언제나한량

내가 너무 좋아하는 만화작가 최규석의 최근 작품집인 [대한민국 원주민].
매우 재미있고, 뭔가 짠하게... 그렇게 읽고,
요즘도 손가는대로 페이지 넘겨서 보고 그러는 좋은 만화책이다.
짧은 이야기들, 가족史인 셈인데, 77년생의 작가답지 않게 깊은 맛이 있는 분이라 나는 은근 팬이다.
그 곳의 한 소제목이 "쿨한 아들이 되지 못하는 이유" 였는데,
내용은 달라도 나와 너무 공감이 가면서 마음이 찡했기에 나도 끄적여본다.

권리는 없고 의무만 가득한 장남에 게다가 시망 효자신 아버지와
너무너무 시집살이 호되게 하신 어머니 아래에서 나는 장녀였다.
그 끈적한 가족관계가 너무너무 싫어서 꼭 나는 집 나가 살거라고 다짐했었다.
무척이나 철딱서니없고 자식 키워봤자 소용없다는 장탄식이 절로 나오는 소리겠지만,
외국에서 추수감사절과 성탄절 정도에만 가족들과 만나서 저녁먹고 이야기하고 좀 쉬다가
다시 도시의 일상으로 복귀하는 그런 정도의 거리감을 원한 적도 분명히 있었다.


고등학교 내내 참말 공부안했던 나는,
엄마가 내가 고등학생인 내내, 특히 고3때 열심히 불공을 드리는 것이 심히 못마땅했다.
공부는 내가하는거지 엄마가 하는거야?
그리고 저렇게 기도드리시는것도 부담스럽고, 자기 만족 아니셔?
지가 공부는 쳐 안하면서, 속으로는 부담감이 페스츄리같이 켜켜이 쌓여가고 있어서
이런 망언을 속으로(그나마 겉으로 안한게 참말 동네망신은 아녔네) 하고 있었다.
나도 참 징한것이, 그러면서도 공부는 에지간히 열심히 안했다.
나중에 100일 남겨놓고 똥줄타서 조금 암기과목 등 퐈봐박했지만,
이봐, 당시 수능에서 사회탐구는 400점 만점에 48점이었다고.

어머니는 정말 열심히 기도하시고, 수능 보양식을 정성스레 만들어주시고,
감자를 그냥 삶아 껍질을 벗겨먹는게 아니라 껍질을 벗긴 다음에
살짝 소금물과 설탕물을 넣고 삶다가 물이 차츰 졸으면
바닥에 살짝 눌려서 탄건 아니고 살짝 짭짤하게 눌러붙게 만들어주시곤 했다.
딸이 고 살짝 눌은 부분을 너무 맛있어하면서 잘 먹었기 때문에.
내 친구들은 지금도 엄마의 그 감자를 이야기한다.
그렇게 맛있는 삶은 감자는 먹어본 적이 없다고...

부침개도 항상 얇고 빽빽하게 부쳐서 꼭꼭 챙겨 도시락을 싸주시곤 했다.
그게 부담스러워서 나중에는 사먹겠다고 했고, 도시락 안가져가겠다고 한 적도 있었다.
설악산 그 높은 봉우리에 올라가서 기도하는 모습이 너무 미안했고,
그 끈적하게 느껴지는 애정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난 괴로웠다.

그러다 드디어 11월의 수능날.
날씨가 추워서 내복 - 폴라티 등 여러겹 옷을 입는데 어머니께서 교복 재킷을 입혀주셨다.
"어? 이거 뭐지?"
입는데 등에 이물감이 있었다.
뭔가싶어 뒤돌아보는데 어머니께서 당부하셨다.
"이거 절대 뭔지는 보지말구 입고 시험봐.
시험볼때 뒤에 막 기대서 문제 풀건 아니니깐 괜찮지?"
사실 등에 막 배기는 정도는 절대 아니고, 무언가 있다 정도였기 때문에 알았다고 했다.
나도 지금 생각하면 좀 웃긴게, 보지 말란다고 수능보는 내내 안봤다.
신신당부하시는 그걸 굳이 깨트리고 싶지 않았달까.

집에 돌아오자마자 답이 궁금한게 아니라, 옷이 궁금했다.
참고로 그 해 수능은 그 전년보다 쉬워서 다들 꽤나 잘 풀었거든.
그걸 나나 내 친구들이나 알리가 있나. 인터넷이있어 뭐가있어.
다음날 학교가서 가채점 점수들 보고 서로 시ㅋ망ㅋ하는거지.

"아이고, 우리딸 고생했다... 어쨌거나 지난 3년간 수고많았어.."
"엄마, 근데 옷 뒤에 이거 뭐에요? 나 진짜 궁금했잖아요."
옷을 벗으면서 물어보는데, 엄마는 내 옷을 벗겨주면서
그제서야 그 묘하게 불편하지만은 않던 이물감의 정체를 보여주셨다.

그건 내 배냇저고리였다...
난 갓난아이의 배냇저고리가 그렇게 주먹만한 통의 조그만 옷인지 그날 처음 알았다.
교복 상의의 안감에 배냇저고리를 어머니께서는 곱게 펼쳐서 바느질을 해놓으셨었다.
순간 말문이 막혀서 이게 뭔가 멍하게 보고 있는데, 

"이거 너 태어나서 처음 입었던 옷이야.
엄마는 지난 일년동안 기도할때 내내 이거 꼭 쥐고 기도했었어.
사람들이 뭐냐고 궁금해해도 아무한테도 안보여줬던거야...
엄마는 정말 할만큼 한 것 같아... 너도 수고했다."
항상 엄하게 키워서 많이도 맞았었고,
우리 엄마는 피도 눈물도 없을거라고 생각했었던 적도 가끔 있었던,
그런 엄마의 눈시울이 붉어지셨다.

그 때 내가 그런 엄마에게 하나도 죄송하지 않을 정도로 공부를 열심히 했더라면,
난 아마 지금보다 훨씬 더 쿨한 딸이 되었을까?
어쨌건, 지금까지 엄마랑 함께 살고 있지만,
난 그때 그 배냇저고리를 누구에게도 보여주지않고
일년 내내 쥐고 기도한 엄마가 있기 때문에 나도 있는거라고,
그게 내가 냉정하지만은 못한 딸인 이유같다...


지난 주 수능이라서 새삼 생각났는데
(매년 스치듯 이맘때쯤 생각나긴 하지만, 올해는 좀 더 선명하게 떠올랐다.),
아 시망 이렇게 쓰고 보니 왠지 또 눈물이...
그런 깔끔하고 우아하고 날씬하게 참 예쁜 엄마가 늙는게 싫어서
엄마한테 팩이며 에센스며 화장품을 사다드리는게 된다.
솔직히 이건 별로 안아깝다. 엄마가 가격을 알면 질색팔색하시겠지만..
지금도 내가 드린 콜라겐 팩을 하시는 엄마를 보다보니 문득 그때 생각이 나서 울컥했다.
방에 그냥 들어와서 이 글을 쓰는데, 왠지 ㅅㅂ 눈물난다.

오늘, 내가 드린 리포솜을 낮에 쓰셨단다.
"오늘 하루종일 화장이 저녁까지 안당겨서 엄마 너무 신기했는데, 어머 그거 때문인가봐?
엄마 그럼 이거 밤에는 쓰지말아야겠다 얘. 이거 아까워서 어찌쓰니?"
가격 물어보시고는 기함하시면서 "에고 요 쬐끄만 병 아껴써야지."
"엄마, 나 몇 병 더 있으니깐 겨우내내 다 쓰세요. 팍팍써 그냥."
"두번으로 충분한데 뭘 팍팍써 팍팍쓰긴. 너 또 돈 얼마주고 그런거 산거야?"
"응, 부록으로 받은거라서 공짜니깐 걱정하지마세요."
내가 쿨하게 "엄마는 엄마 돈 주고 화장품 사면 되니깐." "엄만 나보다 돈 많으니깐."
이런 딸이 되지 못하는 이유가 그때의 그 조그만한 배냇저고리 때문이라면,
조금은 변명이 될까?
Posted by 언제나한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