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매력적인 그녀가 정치부 기자의 직업을 택한 것은 운명의 장난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그녀에게는 공단덮개를 씌운 소파가 있는 살롱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기대하지도 않았고,
하루하루 마감에 치이면서 우울한 한해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었다.
화려하게 몸치장을 할 만한 여유는 없었지만,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을 쪼개서 늘 정성들여 화장을 하고 다녔다.

그녀는 이런 처지에 있는 여자들과는 달리, 결코 그런 환경에 만족을 느낄 수 없었다.
여자란 직업이나 가문이 문제가 아니라, 우아하고 아름답고 매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훌륭한 직업과 가문을 대신하게 마련이다.
바탕이 아름답고 천성이 우아하고 마음씨가 부드러우면,
그것으로 능히 특권 계급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야근과 피로에 절어서 기자실 침대에서 새우잠을 자는 평범한 기자라 할지라도
그것으로 얼마든지 귀족의 딸들과 어깨를 겨룰 수 있는 것이다.

그녀는 자기야말로 이 세상에서 온갖 쾌락과 사치를 즐기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언제나 마음이 언짢았다.
사무실이 초라하고, 벽이 남루하며, 의자가 낡고, 가구가 때묻은 것을 볼 때마다 마음이 괴로웠다.
이러한 것은, 같은 처지에 있는 다른 기자들 같으면 별로 의식하지 않았을 터이지만,
그녀만은 마음이 아프고 화가 났다.

그녀는 성탄절이 두달 남짓 남은 어느 날, 극도의 히스테리에 빠져 가벼운 흥분상태였었다.
그녀는 그 나이 아가씨들이 그렇듯이 쓸쓸하면서도 무언가 허전했었고,
그래서 그 공허함을 채워줄 반짝거리는 무엇인가가 필요했었다.
계집아이들이 흔히 가장 큰 구슬을 조악한 그녀들의 보석함 가장 위에 놓아두듯이,
자몽느에게도 그녀를 빛내줄 그런 반짝거리고 큰 보석이 필요했다.

그녀가 네일살롱에서 그것을 처음 본 것은, 클라란스를 보고 난 후였다.
클라란스가 썩 마음에 와닿진 않았지만,
그래도 개중 가장 금빛으로 반짝이는 것이었기에 그녀는 그것을 소유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한량에게 전서구를 날려보냈다.
"오 언니, 이게 가장 절 빛내줄 것 같아요."
그러나 한량은 평소처럼 그녀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그녀는 무엇인가에 들떠있었고, 제정신이 아닌 듯 싶었다.
"지금 그게 문제가 아냐. 디올에서 이번에 뉴룩을 출시했거든."
자몽느는 한량의 이런 징징거림을 으례히 있는,
다시 돌아온 연인에 대한 터무니없는 사랑의 열병쯤으로 무시하고는
신제품 카탈로그를 냉담하게 한 장 한 장 넘겼다.

그러던 그녀의 눈동자에 그 아이들이 들어온 것은 운명의 장난으로밖에 말할 수 없다.
그 가장 크고, 가장 반짝이던 아이들은 그녀의 영혼 깊숙한 곳에 박혀버렸고,
그녀는 괴로웠다. 이 다이아 펜던트라면, 분명 이번 겨울 파티의 나를 빛내줄꺼야.
떨리는 손으로 페이지를 넘긴 그녀는 그것이 8만원이란 것을 알았다.
그래, 다이아 펜던트가 이 정도면 무리긴 하지만 아주 비싼 것은 아니야.
내게는 그만한 가치가 있어.
그녀보다 돈을 더 잘벌지는 않았지만, 저축을 하지않아 씀씀이가 큰
베짱이 한량은 이미 사기로 결심한 상태였었다.
자몽느는 처음으로 영혼이 찢기는 듯한 아픔을 맛보면서 구매에 동참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녀는 한량의 구매력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다이아 목걸이와, 무도회에 나갈때 바를 수 있는 아이섀도와 아이라이너를 샀다.
아이라이너는 밤하늘의 은하수 같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그 목걸이를 받았을때, 그녀는 목걸이를 무심결에 끌어안고 텅 빈 천장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냥, 이 반짝이는 목걸이를 갖고 싶었습니다."

그녀는 특별한 날에 으쓱거리면서 그 목걸이를 목에 착용했고,
다른 아가씨들의 질시어린 시선을 느낄때마다 어깨를 으쓱하면서 기뻐했다.
그 순간만큼은 호프만의 다이아 목걸이가 하나도 부럽지 않았다.
그러나 한량에게 진 빚을 갚기위해 그녀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아르바이트 원고를 수정했고,
성심성의껏 녹음에 참여했다.
주말에 출근하는 것도 하나도 기꺼웁지 않게 즐겁게 참여할 수 있었다

그렇게 떨리는 손으로 목걸이값을 마련해서 드디어 한량에게 이체할때,
한량은 의외로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응, 그래. 이체한거 확인할께. 근데 다음부터는 결제일에 맞춰서 좀 주도록 해."
귀찮아하면서 계좌를 확인하지 않는 눈치였었다.
휴. 다행이구나. 어쨌건 급한 불은 껐어.

.....그리고 혹독한 겨울이 다가왔다.
그녀는 그 목걸이와 함께하는 댓가를 몇갑절로 치뤘다.
부업으로 돈을 벌기위해서 추운 칼바람을 맞으며 다니느라 얼굴이 상하는 것 같아서
쫀쫀한 보습크림과 나이트 크림을 장만했고,
목걸이와 아이섀도에 맞는 피부를 마련하기 위해서 파운데이션도 장만했다.
그리고 이제 예전같지 않음을 실감하면서 에센스도 업그레이드 시켰고,
파우더도 고급스러운 것으로 장만해야 했다.
그녀는 자꾸만 돈이 필요했고, 더 열심히 일했고,
더 좋은 화장품을 구매하면서 목걸이에 어울리는 여자가 되도록 노력했다.
그녀는 나날이 나이를 거꾸로 먹으면서 그 목걸이와 언제나 함께했고,
결국 그녀는 펜던트 안에 그녀의 수호성을 채워넣기에 이르렀다.

겨울이 지나고, 어느 봄날이었다.
롯데 본점을 거니는데, 뭔가 겨울바람에 삭아서 늙수그레해진 한량이 매장을 거닐고 있었다.
자몽느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가서 그 동안의 경위를 이야기할까?
그렇지! 이미 빚을 다 갚았겠다. 이야기 못 할 게 뭐람?
그녀는 가까이 다가갔다.

"한량 언니 아냐? 이게 얼마만이야!"
한량은 그녀를 미처 알아보지 못하였다.
이런 예쁜 여자가 자기를 그토록 정답게 부르는 것이 적이 놀라웠다.
"실례지만 누구...?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어요?"
"어머! 나 자몽느야."
한량은 크게 외쳤다.
"뭐, 자몽느? 아니... 너 왜 이렇게 예뻐진거야!!!"
"그동안 나 사실 고생 많이 했어. 우리가 마지막 헤어진 후로 고생살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어.
그것도 다 횽아 때문이지 뭐야......"
"나 때문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왜 생각나지 않아? 나를 위한 선물로 장만하려고 내가 언니 통해 샀던 다이아몬드 목걸이 말이야."
"응, 그래서?"
"그 목걸이에 맞는 여자가 되기 위해서 나 겨우내 노력했지뭐야...
겨우내내 좋은 화장품 꼬박꼬박 쓰면서 나 내내 노력했었어.
언니에게 돈갚느라 힘든것도 있었지만, 이래저래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더라..
인제 다 해결되었어. 얼마나 마음이 후련한지 몰라.
게다가 다이아몬드에 맞는 여자가 된 것 같아서 마음이 뿌듯하고 그래."

한량은 발길을 멈추고 서 있었다.
"그래, 그래서 겨우내 연락 두절하고 환골탈태했었단 말이야.."
"그럼, 여태껏 그걸 몰랐구나. 하긴 내가 연락을 안했으니까."
그녀는 약간 으스대는 듯한 순박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한량은 크게 감동되어 친구의 두 손을 꼭 쥐었다.
"아이 대단해라, 자몽느! 그것은 가짜였어. 다이아가 아니라 기껏 큐빅이었을 뿐이었는데...."



작가 주 : 

그래서 자몽느는 겨우내내 스킨케어/메이크업/두발관리/의상구매에 들인
총체적인 비용을 생각하면서 이런 시ㅋ망ㅋ을 외쳤지만,
우야근동 겨울을 나면서 더 젊어지고 예뻐졌다는 한량식의 해피엔딩입니다. ㄳ

한량이 포레스티에 부인처럼 여전히 아름답게 롯본을 거닐고
자몽느가 목걸이를 갚기 위해서 폭싹 늙어버렸다고 하기에는
한량의 뷁옰같은 마음씨와 참말 한결같은 양심에
(뭐 언제 롯본을 아름다운 모습으로 거닌적이 있어야 말입죠 ㄲㄲ)
차마 그리 쓸 수 없어서 뒤틀었스빈다 ㄳ
Posted by 언제나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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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까페모카♡ 2009.11.15 23: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이거 기다렸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쩐지 한량님 블로그가 절 부르더라더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량님의 센스있는 글솜씨는 정말 언제봐도 부러워요!

    • 언제나한량 2009.11.16 11: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까페모카님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살신성인격의 결말이 더 웃긴거 같아요. ㅋㅋㅋㅋ

  2. 스모키곰 2009.11.16 00: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대박 ...... ㅠㅠ

    횽아가 역쉬 촘 촹이에요!!!
    싱하횽아 만세!!

    우.윳.빛.깔.싱.하.횽. /ㅅ/
    포에버!!!!!

  3. 워니워니:) 2009.11.16 00: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래서 제가 언니를 사랑할 수 밖에......!!!!

    사실 전 이 한마디 하고 싶어서 왔던 거였는데...
    "횽.. 저..로즈버드 살브...구매했어요..이제 장미향 팔뒤꿈치를 자랑할 수 있어요!!"

    • 언제나한량 2009.11.16 11: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뭐지... 이 장미향은... 그녀에게서 나는건가..."
      이제 한 10미리도 안남은 내 록시땅 로즈 핸드크림에게서 나는거겠지. -.,-
      근데, 장미향은 촌스럽고 고전적인거 같아도 남자친구에게 어필할 수 있는 향이빈다 ㄳ ㄲㄲ

  4. 자몽향기 2009.11.16 00: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 형님!!!!!!!!!! (털썩.)
    아, 내가 웬만하면 참 길게 댓글 달 터인데 어떤 말로도 대신할 수가 읍다.

  5. 자몽향기 2009.11.16 09: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날이 밝고 다시 봐도 - 한 줄기 눙무리 흐른다.
    (다행히도 나 오늘 라네즈 멀티펑션 워터프루프 마스카라.)
    형님의 이 살신성인 정신에 옷깃 여미고 무릎 꿇고 앉게 된다니까능.
    이러면서 가슴팍의 보레알 한번 더 내려다보고.

  6. 구우 2009.11.16 09: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지금 캔디가 하늘 쳐다보면서 한줄기 뜨거운 눙물을 흘리는 시츄로 감탄하며 마무리)

  7. 분홍토끼♡ 2009.11.16 10: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냥 이 반짝이는 목걸이를 갖고싶었습디다"

    로 읽혀지는 나는 뭔가요??
    그나 즈나 진정 한량님 촘 촹..
    저또한 길고 긴 감상문을 쓰고싶었지만, 차마 이을수 없은 그 감동이란..

    우리 몇'달'차이도 안나는데 이번엔 그냥 횽이라고 부를게요 (이런 하극상..)
    횽 좀 촹 ㅠㅁㅠ)b

    • 언제나한량 2009.11.16 11: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악 노엘님 민망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제는 잘 캐치하셨으니깐 그걸로 됐쎄요. ㅋㅋㅋㅋ
      지금 목걸이는 목에 걸고 이씀돠.
      그래도 사실 제가 가장 아끼는 목걸이는 어머니께 물려받은 조팝진주목걸이에요...
      까만 원피스에 걸치면 그리 입블수가 읎다긔 ;ㅇ;
      (댓글 달아주면서 집중 안할래 너?)

  8. 우리보니 2009.11.17 10: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맛있어요. 맛있어.

    어쩜 이리도 맛깔나게 글을 쓰시는지요!

    글을 읽고 제 스스로 독후감 쓰고 싶은 적은 처음입니다 ㅋㅋ

    전 문과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문학적 글쓰기에는 정말 꽝인지라

    이런 한량님의 능력이 완전 부러울 뿐입니다.

    아잉~ 한량님 멋쥉이 (^ ^ )/

    • 언제나한량 2009.11.17 22: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어머 우리보니님 누추한 곳에 와주셔서 감사해요! ^-^
      너무 칭찬해주셔서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요. ㅋㅋㅋ
      제가 가끔 이렇게 쓰는걸 좋아해서,
      이렇게 영감님이 몽실몽실 떠오르면 글을 쓰는데 반응이 좋네요.. ㅋㅋㅋ

  9. 바리 2009.11.19 11: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놔~~ 죽겠다.
    또 봐도 웃겨!!!
    나 쓰러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